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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장 젊은 우리YOUNG차 (지은이: 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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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노래 about a boy(우리애는요) 잔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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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레고’(9세 추정, 노란색 코숏 고양이, 내 고양이의 줄임말)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 레고가 우리 집에 온 건 동물과 특별한 공감을 하는 이정희 씨의 딸, 내 동생 덕분이다. 어른 주먹만 하던 가벼운 치즈아깽이(노란색 아기고양이)는 며칠째 온천천에서 하도 많이 울어 목이 다 쉰 채로 산책하는 아주머니들에게 유명했다.

“아이고, 불쌍해서 어째. 쟤는 며칠째 여기 계속 있네....”

작은 고양이는 물에 불어 터진 개 사료에 코를 박고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동생의 손에는 때마침 작은 종이가방이 있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동생은 나에게 전화했다.

“언니, 나 누구 데려간다.”

그 덕에 우리 가족에게는 반려동물이 생겼다.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나에게 반려동물은 나름 오랜 역사가 있다. 학교 앞에 팔던 병아리와 메추라기, 거북이, 햄스터, 아빠의 열정적인 취미 중 하나였던 열대어, 우리 집에 날아 들어온 이름 모를 새 한 마리는 엄마가 준 설탕물과 홍시를 쪼아 먹고 힘을 내서 다시 날아간 적도 있다.

그리고 우리 고양이 레고와 레아. 이들처럼 오랫동안 내 옆을 지켜준 동물은 처음이다.

레고의 눈은 어딘가 불쌍해 보여서 모성애를 자극했다. 귀여웠다. 좁은 원룸에서 끊임없이 뛰어다니던 천진난만하던 레고. 우리는 서로를 관찰했다. 고양이는 폭신한 이불과 인형을 좋아했고, 겨울이면 따뜻한 장판을 좋아했다. 부모님도 자주 집으로 오셨다. 가족 단톡방에는 고양이 사진과 고양이 안부를 묻는 대화로 가득했다. 노란아깽이는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윤기 나는 고양이로 늠름하게 성장했다.

레고가 잠시 부모님 댁에서 지냈던 적이 있었다. 엄마가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을 때, 레고는 하고많은 자리 중 꼭 모니터 아래에 앞발을 쭈욱 뻗어 턱을 괴고 단잠을 자곤 했다. 오후에는 엄마와 집에서 술래잡기를 하며 춤을 췄다고 엄마는 아직도 말하신다. 엄마는 고양이를 이틀에 한 번 빨래하듯 빨았고, 레고의 털은 윤기가 흘렀다. 샴푸 냄새도 났다. 그때 레고는 씻을 때 울지 않았다고 한다. 믿을 수 없지만.

당시 평생 다니시던 직장에서 정년 퇴임을 한 아빠는 저녁마다 레고를 안고 베란다에 오래 계셨는데,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레고만 안다. 시간이 많아진 아빠는 레이저 펜과 고양이 낚싯대로 레고에게 사냥 기술을 가르쳐주셨고, 혹독한 훈련 덕분인지 레고는 사냥 실력이 좋다. 애석하게도 그 솜씨를 발휘할 기회는 없었다. 하루는 아빠가 우유에 고양이 사료를 만 콘푸레스트같은 사진을 보내주셨다. “레고가 안 좋아하네.”

지금도 레고와 레아는 나와 함께 지내고 있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며 좋은 추억도 사진도 늘어가지만, 익숙해서 잘 챙기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있다. 그리고 가끔은 무서운 생각도 든다. 집고양이 수명이 12년~15년이라던데, 지금 레고와 레아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만큼일까.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내 옆에서 오래 살다가 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6살 조카 시온이는 우리 집에 와서 나에게 전화했다. “이모, 이모가 집에 없어서 시온이가 왔어요. 레고와 레아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안 되니까요.” ‘하루밖에 안 비웠어. 그리고 왔으면 고양이 똥이나 좀 치워주고 가지.’ 귀여운 시온이는 더 귀여운 내 동생과 함께 우리 집에 있는 과자와 젤리를 먹고 레고와 레아를 구경하다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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