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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차 (지은이: 주머니 / 장르: 영화 <와일드>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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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쉐릴

발톱은 좀 자랐니? 그렇게 긴 시간을 걸었으니, 발톱이 빠지는 것도 당연하지. 나라면 그 핑계로 인제 그만 걷겠다고 했을 거야. 이 정도만 걸어도 충분하다며 스스로 설득하고 말았겠지. 그러나 네가 끝까지 그 길을 걸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 편지를 쓰지 않을 수 없었어. 너는 그래서 원하는 곳에 이르렀을까, 편안할까?

그때는 정말 미웠어.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지만 다른 사람과 관계하고 마약을 하던 때 말이야. 엄마가 죽어서라는 핑계는 안 하면 좋겠어. 엄마가 죽은 사람들 모두가 너처럼 하지는 않잖아. 그때의 너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 내기 바빴잖아. 단지 엄마의 죽음 때문이라기엔 너무 많은 사람들을 잃었어. 후회하지?

걷는 게 힘들었다고 했지. 이제 평범한 인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겠지만 인생은 원래 힘든 거야. 평범한 인생이란 건 없거든. 네가 걸었던 그 길이 모두가 살아가고 있는 인생이고 평범함이야. 두렵고 배고프고 춥고 아픈 거 말이야. 10년 동안에 일어나기도, 100년 동안 일어나기도 하는 일을 너는 스스로 걸으며 몇 달 만에 느꼈을 뿐이야. 우리가 사는 인생이 그런 거야. 걷다가 신발을 던지기도 하면서 사는 거지. 당장 걸어야 하니 슬리퍼를 테이프로 칭칭 감아서라도 한 발을 디뎌야 해. 할 수 있지?

다시는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자신하지 않았으면 해. 앞으로 닥칠 시련과 슬픔 앞에서 또 좌절하고 마약에 기대어 살지 않을 거라고 해놓고 이번엔 진짜 힘들어서 어쩔 수 없었단 소리를 하며 무너질 수도 있거든. 그걸 지켜보던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할 거야. 쟤는 원래 저런 애였다고. 그러면 너는 또 그렇게 생각하겠지. 나는 원래 이렇다고. 너무 자신하지도, 자책하지도 않으며 살아야 해. 그 중간을 지켜내는 게 제일 힘들 거야. 자신 있지?

믿었던 사람이 등을 돌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려지는 날에도 기억해. 너는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걸. 다른 누군가의 사랑보다 중요한 것은 너의 사랑이야. 스스로 사랑하고 아끼고 다독여야 해. 너는 위대한 존재라고 말해주며 인생을 걸어. 열심히 걷다 만나자. 걸음을 멈추는 날 너를 만나러 갈게. 자랑스러웠다고 사랑했다고 말하며 안아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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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다, 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춘 작가의 작품입니다.

본 프로그램은 2024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돋움]> 사업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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