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 취직하게 되면,이라는 말은 우리들 약속 대부분의 여는 말이 되었다

우선 원룸에서 탈출하자 한뼘 마당이라도 있는 집이 좋겠어 향기로운 열매들이 마구 열리는 나무를 심어 입술이 붉어지도록 나눠 먹자 오래오래

꿈에서 탈출하는 편이 더 빨랐을까

나무를 떠나는 열매처럼, 읽는 순간 몸이 부서질 것 같은 아부는 도착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그렇게 한 사람은 돌아갔고

똑똑 그해 여름, 신림의 작은 방문을 노크하면

세 들어앉은 내가 깨알 같은 글씨들과 다투고 있을 것만 같다 자두 씨앗을 둥글리며 기도하는 네가 있고

나는 아직 신림― 하면 수풀 림 수풀 림 하고 울어대는 것 같다 발음할 때마다 내 혀는 파랗게 물든다*

그해 여름의 페이지를 펼치면 우리가 있을 텐데 있을 것만 같은데

문득 때를 놓친 약속들이 주렁주렁 열린 미친 나무그늘 아래 나는 오래오래

_ 이은규 「여름, 신림」 中에서

(*김애란 「기도」, 『침이 고인다』, 문학과지성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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