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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녀 (지은이: 김리라 / 장르: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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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언제나 네 편이야."

여자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말했다. 따스한 갈색의 눈동자가 나를 마주 바라보았다. 은은한 미소를 띤 얼굴. 나는 말캉하고 따스한 여자를 꼭 안았다. 여자는 한 번 까르르 웃고는 내 가슴에 코를 묻었다.

"향긋해"

올려다보는 얼굴을 바라보며 나도 마주 웃었다. 사랑스러웠다. 이런 여자를 어떻게 배신 하겠는가. 내 모든 걸 바쳐 여자를 사랑해야지.

...

"너는 언제나 내 편이지?"

문득 뒤돌아보았을 때, 여자는 애써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나는 멈췄던 손을 움직이며 잠그던 와이셔츠 단추를 바라보았다. 지금 돌고 있는 소문 때문일까? 나를 껴안고 있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여자는 매우 초조해 보이는 것 같았다. 세상의 모두가 손가락질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여자는 나만 믿어준다면 괜찮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들어 여자를 바라봤다. 여자는 웃음 비슷한 얼굴을 만드는 데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갈색 눈동자에 비친 얼굴도 미소라 말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 안에서 무언가가 푸스스 꺼져가는 걸 바라봤다. 결국 끝끝내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메마른 손이 풀려 툭 떨어졌다.

...

누군가 나에게 여자에 관해 물었을 때, 내 입은 그 일은 잘 모른다고 장황하게 떠들었다. 여자와는 헤어진 지 오래이니 괴롭히지 말라며 소리도쳤다.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보았지만, 짐짓 화난 얼굴로 무시했다. 여자 앞에서 떨어지지 않던 구멍으로 이런저런 헛소리를 내뱉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집 밖은 '어떤 말'이라도 만들어낼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들에겐 내가 탐스러운 고깃덩이였다. 내 말 한마디가 '최측근에 의하면...'으로 시작되는 소문이 되어 주변을 떠돌았다. 그런 소문들은 고통스러운 소음이 되어 나와 여자의 주변을 찔러대고 있었다. 이제 지긋지긋 해. 내가 왜 이렇게 시달려야 해? 그냥 다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어. 난 아무 잘못 없다고!

그런 나에게 여자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따져 묻지 않았다.

너만 없으면!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빤히 바라보는 나를 깊고 검어진 눈으로 그저 한 번 쳐다볼 뿐이었다. 그 눈에 담긴 건 따스한 애정도 믿음도 아니었던 것 같다. 새파란 얼굴에 꺼져버린 눈빛만 남기고 방을 나갔다. 타오르는 증오심이 갈 곳을 잃고 한동안 주변을 떠돌았다. 나는 어두움 속에서 숨죽이며 밖의 동태를 살폈다. 무언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잠시, 그리고 영원히 살아있는 여자를 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