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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둥글 문어빵 (지은이: 모아 / 장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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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출근하고, 온종일 쏟아지는 일들과 상대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파트단지를 지나 작은 산책로를 지나야 집에 도착한다. 더위가 한풀 꺾인 날씨 덕분인지 산책로에는 사람들이 많이 오갔다. 다들 벌써 퇴근하고 일상으로 돌아갔는지 편안한 옷차림과 가뿐한 얼굴들이다. 나만 무거운 옷차림과 무거운 표정에 출근복을 입고 있는 게 억울했다.
그 가뿐해진 사람들을 지나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데 허기가 졌다. 모두 벌써 저녁 식사를 끝냈을 시간. 더 늦지 않게 간단하고 배부른 것으로 허기를 때워야 한다는 생각에 더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때 노란색 버스가 멈추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 서너 명이 내렸다. 내리면서도 한참을 까르르 웃으며 떠들더니 한 학생이 한 곳을 가리킨다. 학생들은 웅성거리며 그곳으로 향했다. 그들이 향한 곳에는 문어빵 트럭이 있었다. 그래 오늘의 허기는 문어빵으로 채우자. 나도 문어빵 트럭으로 향했다.
학생들은 문어빵을 주문하고 기다리면서도 그렇게 할 이야기가 많은지 연신 웃음을 터트리고, 웃음을 참지 못해 서로를 밀치기도 했다. 저렇게 누군가와 아무런 걱정 없이 마음껏 웃으면서 떠들어 본 적이 언제였나. 단발머리의 학생은 너무 웃어서 아프다며 두 손으로 광대와 턱을 문지르고 볼에 바람을 넣었다. 나도 따라서 볼에 바람을 넣어본다. 종일 웃을 일이 없어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는 턱과 볼. 어느새 학생들은 완성된 문어빵 상자와 이쑤시개를 하나씩 들고 명랑한 인사와 함께 떠났다.
나는 뜨끈한 온기를 내뿜는 트럭 앞에 다가가 문어빵 12알을 주문하고 가만히 트럭 앞에 서서 사장님이 문어빵 굽는 모습을 구경했다. 사장님은 팬에 반죽을 붓자마자 플라스틱 통을 꺼내어 대파와 옥수수알들을 넣고 다른 통을 꺼내서 잘린 문어들을 넣었다. 벌써 가득 찬 팬. 잘 만들어질지 걱정하는 나와 달리 사장님은 두려워하지도 않고 쓱쓱 꼬챙이로 반죽들을 긁어내어 동그란 틀 안으로 넣었다. 울퉁불퉁한 반달모양의 반죽은 꼬챙이가 찌르면 찌를수록 반죽과 토핑들을 토해냈다. 사장님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계속해서 꼬챙이로 재료들을 찔러넣고, 뒤집고, 돌렸다. 그렇게 반죽들은 사장님의 리듬에 맞춰 쓱쓱 굴려지더니 어느새 둥글둥글한 문어빵이 되었다.
사장님은 표면이 노릇해질 때까지 문어빵을 열심히 굴리시다가 잘 익은 것 12알을 상자에 담아주셨다. 나는 그것을 들고 가까이에 있는 벤치에 앉아 상자를 얼어 문어빵을 들여다봤다. 흘러내리고 여기저기 튀어나오던 반죽이 이런 동그란 모양이 되다니. 조금이라도 울퉁불퉁해지는 것 같으면 잔뜩 긴장하는 나와는 달리 차근차근 문어빵을 굴리던 사장님이 대단해 보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문어빵 하나를 후후 분 다음 입에 넣어본다. 입안에서도 따끈한 김을 내뿜는 문어빵. 먹다 보니 뜨거운 틀에서 따가운 쇠꼬챙이질도 이겨낸 문어빵도 대단해 보였다. 나도 사장님처럼 울퉁불퉁한 하루를 차근차근 둥글게 굴려 가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따끔따끔 찌르는 것들 속에서도 같이 뾰족해지는 사람이 아니라 따끈하고 둥글둥글한 문어빵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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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다, 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춘 작가의 작품입니다.
본 프로그램은 2024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돋움]> 사업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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