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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차 (지은이: 안온 / 장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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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야
사치야, 하고 부르면 일본 골목이 튀어나올 것 같다. 사시미 세 점을 2만원에 파는 근사한 이자카야, 나는 언제나 여행과 사치가 동의어라는 사실을 진리처럼 믿었다. 그러나 여행지에서 사치야, 하고 부르는 사람은 정해져 있었고.
나의 집은 연애 프로의 신문지 게임 같았다. 커플을 만들어주겠다며 신문지를 반으로 다시 반의반으로 반의반의 반으로 접어가며 그 위를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여자와 남자의 키스할 것 같은 싸움 두 겹 휴지를 사도 되는 날에 세 겹 휴지를 샀다는 이유로 사치는 잘못 인쇄된 활자 같던 나를 안았다.
커피값을 아끼려고 오늘만 1천 원인 카페로 걸어가다 보면
달랑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며 귀찮다는 듯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얘, 사치야. 나는 사치야를 붙잡았지만 걔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사람의 허리를 붙잡는다. 왠지 손사래를 치면서 불러야 할 것 같아, 한 번 더 부르려다 사치가 저 멀리서 친절하게 조금만 기다려. 금방 올게.
아메리카노 말고 스무디를 시키고 싶었거든. 내 건조한 팔꿈치를 어루만지는 사치야. 오토바이에서 급하게 내려 앞머리가 다 갈라져 있다. 기억하지? 우리가 신문지 위에서 했던 날이 최고였어. 넌 참 예쁘고 지긋지긋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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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다, 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춘 작가의 작품입니다.
본 프로그램은 2024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돋움]> 사업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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