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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지은이: 모아 / 장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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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비가 자주 내렸다. 비구름에 어둑해지는 도서관에 있던 우리는 너의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작은 상을 가운데에 두고 그 위에는 공책을 하나 펼쳐두었다. 공책에 굵은 사인펜으로 적혀있는 토론 주제.
‘미래의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노트북을 이리저리 두드리며 이것저것을 검색했다. 인공지능, 로봇, SF….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들도 떠들어보았다. 그거 기억나? 수련회에서 진실게임 하다가 반장이 갑자기 부반장 좋아한다고 고백한 거! 근데 2반의 누구랑 누구는 오래 사귀었다는데 결혼까지 하려나? 결국 떠도는 사랑 이야기들만 공책에 끄적이다가 철푸덕 바닥에 누웠다. 너는 침대 위에 있던 이불을 끌어내려 나를 덮어주고는 작은 상을 밀어내고 옆에 나란히 누웠다.
조용해진 방 안. 비가 꽤 많이 내리는지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제법 컸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긴 너는 나에게 물었다. 너는 미래에 어떤 모습일 것 같아?
미래? 글쎄….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너는 어떨 것 같은데? 너는 배시시 웃더니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가고 싶었던 학교에 입학해서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어떤 동아리를 하고 싶은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지. 신이 난 듯 웃는 입매와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보고 있으니 덩달아 웃음이 났다.
조곤조곤 들려오는 너의 미래에 나도 있었다. 교실에서는 늘 함께 지냈던 우리지만 가고 싶은 과가 다르니 지금처럼 매일 같이 있지는 못할 거라고. 도서관도 혼자 가고, 밥도 혼자 먹고. 그런 생활은 생각만 해도 힘들다고. 그렇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쿠키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거니 이제는 공짜로 먹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빗방울과 창문이 툭툭 부딪치는 소리가 내 명치에서도 나는 것 같았다.
너는 우리가 자주 가는 쿠키 집의 레시피에 대해서 한참을 재잘거렸다. 나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이불을 끌어당겨 안았다. 몽글몽글하고 가벼운 솜이불은 끌어당겨 안을수록 더 부풀었다. 툭툭. 토도독. 빗방울 소리 사이로 너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괜히 좋았다. 한참을 이야기하던 너는 잠시 멈추고는 나를 바라봤다. 그래서 너의 미래는 언제 이야기해 줄 거야?
뜸을 들이자 너는 재촉하며 나를 간지럽혔다. 그만, 그만! 이불이 크게 한번 펄럭이고 나서 간지럼은 멈췄다. 이불을 끌어당겨 너의 어깨에 덮어주며 생각했다. 글쎄…. 그때도 너랑 같이 우리가 좋아하는 쿠키를 나눠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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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다, 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춘 작가의 작품입니다.
본 프로그램은 2024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돋움]> 사업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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