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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 (지은이: 주머니 / 장르: <내 이름은 김삼순> 드라마 대본 고쳐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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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순이 술을 마시며 죽은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 삼순 부; (그런 삼순을 응시하다가) 행복하다면서…. 왜 그래?

삼순 ; 너무 좋아서... 너무 행복해서…. 그런데 깨질까 봐 너무…. 겁이 나.

삼순 부; 삼순아, 너 학교 다닐 때 말이야. 3학년인가 4학년 소풍 전날 기억나? 아버지가 새로 사준 운동화 신고 갈 거라고 좋아했잖아. 그런데 저녁 먹고 나서부터 하늘이 흐려졌어. 너희 엄마가 내일 비 올 것 같다고 한마디 했더니 너 그 말 듣고 엉엉 울었잖아.

삼순 ; 응 기억나. 엄마가 너무 미웠어. 진짜 다음 날 비와서 소풍 못 갔어. 엄마 말 때문인 것 같았어.

삼순 부 ; 사는 게 그런 거야. 새 신발 들고 기다린 소풍 가기 전날 같은 거. 기대하고 들떠서 행복했지만, 비 올지 모른다는 말 한마디에 금방 슬퍼지는 거.

삼순; 그러니까 이 행복도 깨진다는 거지…. (울먹이며 말한다)

삼순 부; 언젠가는 사라지겠지. 지금 행복은 언젠가 사라져. 그런데 너 다음 날 소풍 못 가서 억울하고 슬펐던 마음 아직도 느껴?

삼순; (눈물 닦으며 천천히 생각해 본다) 다음 날 점심때 친구들이 모두 도시락에 김밥 싸 와서 엄청 웃었어. 이 친구 저 친구 김밥 맛보며 재미있었어. 김밥 파티 한다며 막 웃었어. (삼순 울다가 웃는다). 슬픈 기억은 아닌 것 같아.

삼순 부; 그러니까 삼순아. 날씨처럼 살아. 웃다 울다, 살아. 쨍쨍한 날 비 걱정 말고 비 오는 날 햇빛 겁내지 말어. 바람 불면 시원해하고 그늘지면 따뜻한 곳 찾아가며 살아. 행복한테 끌려 다니지도 말고 불행한테 잡히지도 말어. 그러면서 살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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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다, 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춘 작가의 작품입니다.

본 프로그램은 2024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돋움]> 사업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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