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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 (지은이: 안온 / 장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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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미래에는 부유할 거야 잠을 자지 못한 날에는 더 환상적으로

환상을 보지 않길 바라며 가위에 눌린다 귀에서 포말소리가 들린다 따개비들이 고막을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야,야,야,야, 왼쪽과 오른쪽 귀를 번갈아 가며 낮은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가끔은 그게 할머니 목소리가 아닐까 싶다 사실은 전주 여관에서 본 그때 그 귀신 목소리다 이 집은 결국 내 집이니까요, 하고 접시를 들고 거실에 내리치는 아빠와 뭐 이 자식아 이런 쌍놈의 자식을 봤나 대거리를 하는 할아버지, 아 할아버지는 쌍놈이 되셨다 엄마는 내 손을 잡고 이 더러운 집구석에 다시는 발을 들이나 봐라 전주역으로 택시를 타고 나왔다 잘 곳도 울 곳도 없어 들어간 싸구려 여관 불투명한 창문이 하나. 선풍기를 켜고 자면 너무 편하게 죽을지도 몰라 하나도 안 편하게 살다가 죽기만 편하게 죽으면 억울하니까. 굳이 실눈으로 선풍기를 껐다 불투명한 창문에 얼굴을 박고 있는 여자를 봤다 표정이 없다 그래도 나는 아 할머니다 할머니 추운데 왜 거기에 계세요 나도 너랑 같이 나왔지 그렇지만 할머니 그렇게까지 머리가 길진 않았잖아요 나는 이제 처녀가 됐지 엄마 좀 움직여봐 저기 저 창문에 쌍놈들을 버리고 처녀가 된 할머니 귀신이 있어 두 눈을 다시 감고 할머니도 집안 꼴이 무서웠어요? 나는 열한 살이었다 지금은 스물 여덟 친구들이 가위에 눌려봤어? 물었다 아니, 그냥 할머니 꿈을 자주 꿔. 어김없이 나오는 젊은 머리 긴 표정 없는 목소리만 있는 아가씨 야,야,야, 야 너만 거기에서 나오니까 좋디? 할머니 제발 건강하세요 건강에는 숙면이 최곤데

과거는 부유하는 거야 잠을 자지 못한 날에는 더 환상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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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다, 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춘 작가의 작품입니다.

본 프로그램은 2024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돋움]> 사업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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