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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차 (지은이: 주머니 / 장르: 출산과 출간 사이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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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하고 아이를 낳기 전에 출산 준비를 하라고 주변에서 조언했다. 아기방을 꾸몄고 아기 물건을 미리 갖추었다. 조리원 예약까지 하고 나니 모든 준비가 끝난 듯했다. 이제 아기만 나오면 잘 키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기방과 물건들은 우는 아이를 달래지 못했다. 내 망가진 몸과 마음을 돌려놓지도 못했다. 누군가 출산 준비물에 관해 물으면 말한다. “낳아서 사도 돼. 미리 사야 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 아기방도 필요 없어. 어차피 거실에서 하루 종일 있을 텐데. 그냥 놀아. 지금은 그냥 열심히 노는 게 다야.” 낳아서 기르면 알게 된다. 출산보다 어려운 것은 육아다.
원고 투고하고 계약하고 나니 출간 준비를 하라고 주변에서 조언했다. 북토크를 하고 사인을 미리 만들어 팬을 만나면 멋지게 해주라기에 연습했다. 이제 책만 나오면 잘 팔릴 줄 알았는데 북토크와 사인은 책을 잘 팔리게 하지 못했다. 누군가 출간 준비에 관해 물으면 말한다. “퇴고 많이 해서 출간해야 해. 열 번도 넘게 퇴고했지만 읽어보면 비문에 틀린 맞춤법이 보여. 그리고 현실은 책이 많이 안 팔릴 수도 있다는 거야.”
출산과 출간을 경험한 나는 운이 좋았다. 아이 둘을 낳아서 키우는 일은 평생 내 손에 두 개의 세상을 놓치지 않고 잡고 살아야 하는 일이다. 그 세상이 아무리 무거워도 놓쳐서는 안 된다. 매일 안고 먹이고 입히고 씻기며 살지만 엄마라고 불러주면 힘이 난다. 손가락 하나 들 힘이 없이 아픈 날도 배고프다는 한마디에 일어나서 밥을 차린다. 12년 동안 날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알게 된다. 아이를 아프게 낳아서 아니라 매일 키워낸 성실함이 엄마로 자라게 한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엄마도 자란다. 엄마해서 행복하단 기특한 생각도 한다.
책을 출간하는 일은 사회적으로 학위를 받는 일이라고 한다. 작가의 지적인 능력과 노력을 인정한다는 의미라는데 2번 투고해서 출간했다. 그러니까 나는 지적인 능력과 노력을 겸비했다고나 할까. 출간된 책들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많이 팔리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유명해지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꿈을 꾸기도 했지만, 현실은 인기 없는 무명작가다. 출간 후가 더 중요해서 홍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출판사는 내게 북토크 해봐라, SNS 이용해 보라 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책은 많이 팔리지 않았다. 필요한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외면 받는다는 현실은 슬프다. 그만 써야 하나 잠깐 고민하는 중에 아이들이 내게 와서 간식을 달라, 준비물을 준비하라 요구했다. ‘그래, 맞다! 아이도 키웠는데 글도 키워보자.’ 매일 내 손이 닿아서 자란 아이들처럼 글도 매일 만지고 닦다 보면 좋아지겠지, 팔리는 날도 오겠지 기대한다. 출산도 출간도 하고 나면 더 힘들다. 출간만 되면 작가라 불리며 좋은 날만 있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좌절의 연속이다. 출산과 출간이 비슷한 기분이라는 작가님들은 책
이 나오는 과정이 고되고 힘들다고 했다. 나올 듯 말 듯하며 애를 먹이는 출산과 출간 전의 그 애태움이 비슷하다고 했다. 아무도 후가 더 비슷하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라도 밝힐 수밖에. 출산도 출간도 전보다 후가 어렵다. 도망가고 싶은 순간이 온다. 그러나 하나만 낳을 거라고 외치던 내가 아이를 하나 더 낳은 것처럼 그 어려움을 잊게 되는 순간도 온다. 어려움을 잊기보단 기쁨이 더 커서 안 보이는 척하게 된다. 출간된 책이 안 팔려서 그만 쓰고 싶지만, 누군가 내 글이 좋았다는 말에 다시 책상으로 가서 앉게 된다. 이러니 안 쓸 수가 없다. 매일 밥상을 차려 먹이듯 글을 쓰고 읽히길 바란다. 책으로 엮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하루하루가 쌓이면 아이들도 어른이 되고 글도 책이 되더라. 필력이 부족한 나는 그래서 매일 쓴다.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는 육아처럼 쓰다 보면 재미가 더해지는 글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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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다, 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춘 작가의 작품입니다.
본 프로그램은 2024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돋움]> 사업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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