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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게 ****(지은이: 모아 / 장르: 편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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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랜만에 편지를 적네. 예전에는 시간만 나면 공책 한 귀퉁이를 찢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적어 주고받았었는데. 지금은 메시지 하나, 이모지 하나로 대신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손으로 적을 일도 없네. 이제는 서로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다 보니 서로가 조심스러워진 탓도 있겠다. 그래도 오랜만에 너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

너도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해가 점점 길어지는 이맘때가 되면 그때가 생각나. 온종일 후덥지근했던 것도 무색하게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던 그날 저녁. 어김없이 너와 나란히 앉아 저녁 급식을 먹고 운동장을 빙글빙글 운동장을 돌다가 운동장 전체가 잘 보이는 계단에 앉았지. 손에는 두 개 붙은 막대 아이스크림 하나를 들고 말이야.

그 계단에서 알게 된 것이 있는데, 바로 하루의 햇볕이 뜨거울수록 예쁜 노을을 선물해 주고 간다는 거야. 교문 너머로 지는 해가 뭉게구름을 주홍빛으로, 붉은빛으로 물들이다가, 하늘이 분홍빛이었다가 보랏빛이었다가 어느새 캄캄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설렜는지 몰라.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붙어있었던 우리가 그리워. 마치 두 개 붙은 막대 아이스크림처럼 말이야. 늘 이야기와 고민거리는 비슷했으면서 왜 그렇게 쉬는 시간이 부족했는지 몰라. 표정만 보고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채고, 속상한 일이 생기면 울분을 토하며 서로의 편을 들어주고,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소홀해지면 그렇게 서운해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그렇게 울고 웃어주던 여름.

그렇게 삼 년 동안 꼭 붙어 다니는 짝꿍이던 우리는 어느새 각자의 옆에 다른 짝꿍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어색하고 샘이 나기도 해. 이제는 내가 너를 가장 모르는 사람이 된 건 아닐까, 네가 나에게 가장 먼 사람이 된 건 아닐까.

나는 우리가 함께했던 열일곱의 설렘과 열여덟의 고민과 열아홉의 시간을 기억해. 스물일곱의 여름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길을 걷다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면, 퇴근길의 노을이 분홍빛이었다면, 편의점에서 두 개 붙은 막대 아이스크림을 보게 된다면 꼭 우리의 여름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너의 스물일곱 번째의 여름이 너무 고단하지 않기를 기도해. 언젠가 우리가 또다시 저녁 하늘 아래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 오길.

나는 언제나 네가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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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다, 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춘 작가의 작품입니다.

본 프로그램은 2024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돋움]> 사업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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