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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산책하는 방법 ****(지은이: 모아 / 장르: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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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해가 중천에 떠도 아무도 일어나라고 재촉하지 않고 달그락거리는 주방 소리도 나지 않는 작은 집, 작은 침대에 누워 늦잠에 이은 낮잠을 자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하지만 그 여유로움은 곧 짝꿍이 누르는 초인종 소리로 깨져버린다. 물은 마셨니? 씻고 누워있니? 밥은 먹었니? 잔소리하는 짝꿍을 피해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으면 짝꿍은 나를 일으키며 단호하게 말한다. 사람이 계속 누워있으면 안 돼. 산책하러 가자.

피곤해서 종일 누워있고 싶다는 말만 궁시렁거리며 짝꿍을 따라 터벅터벅 걸어가다 횡단보도 앞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만났다. 두 발로 서면 내 명치만큼 올 만한 강아지는 옆에 한 중년의 남성과 서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는 목줄을 잡고 한 손으로는 주머니에서 간식을 꺼냈다. 남자가 자신의 허벅지를 툭툭 두어 번 두드리자, 강아지는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는 강아지가 쳐다보자 간식을 건네주었다. 머리도 잊지 않고 두어 번 쓰다듬어줬다. 강아지는 신이 났는지 꼬리가 헬리콥터처럼 빙빙 돌아갔다.

아! 이거군! 나도 잡고 있던 짝꿍의 손을 두어 번 흔들었다. 우와, 나도 걸을 때마다 간식 사주면 진짜 좋겠다. 짝꿍은 ‘허’하며 바람 빠진 소리를 내었다. 강아지 꼬리처럼 그의 손을 흔들었다. 그는 결국 횡단보도를 건너지도 못하고 옆에 있던 핫도그 집에 들어가 통 소시지 핫도그를 내 손에 들려주었다.

그렇게 침대와 한 몸이 되어있는 나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그는 SNS를 뒤져서 새로운 카페나 맛집을 찾아낸다. 지난 주말에는 굴뚝같이 생긴 빵을 먹으러 가자며 달맞이길을 올랐다. 오랜만에 오르막길을 걸으면서 바다도 보고 초록 나뭇잎들도 보니 마음이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땀을 흘린 후에 먹는 빵은 꿀맛이었다. 울적했던 어느 밤에는 사람들이 와글와글 모여있는 시장으로 갔다. 다른 지역과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 사이에 섞여 호떡을 줄 서서 사 먹었다. 내가 마시멜로 아이스크림을 공룡 모양 토치로 구워주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으니, 짝꿍이 그 아이스크림도 손에 들려주었다. 확실히 방안에 혼자 누워있는 것보다는 소란스러운 사람들 사이에서 달달한 간식들을 먹으니까 기분이 좋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카페에 새로 나온 음료를 사 먹었다. 서로 한입씩 나눠 먹으면서 뭐가 들어갔을지,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마음에 드는지 토론한다. 늘 배도 든든하고 마음도 든든해지는 산책. 표현이 많지 않은 짝꿍이 나를 위로해 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니 더 든든하다.

우리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이렇게 산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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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다, 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춘 작가의 작품입니다.

본 프로그램은 2024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돋움]> 사업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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