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img src="/icons/book-closed_gray.svg" alt="/icons/book-closed_gray.svg" width="40px" />
回 (지은이: 시환 / 장르: 시)
</aside>
젊고 싱싱한 녀석이 세상 밖으로 나갔다 나는 늙어 여기서 죽으려나 했는데 속임수 덕분에 죽을 기회를 얻었다 나의 대가리가 너의 대가리 위에 던져졌다 나의 몸뚱이는 살과 뼈가 나뉘어져 4번 테이블 위에 올려졌고 너의 몸뚱이는 대가리가 잘리기 전 1번 테이블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미끈하게 상처 하나 없는 너를 보며 우리도 네가 먼저 갈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대가리가 잘려도 몸부림 치지 않으려 했지만 맘처럼 되지 않는다는 걸 발버둥 친 후에야 알았다 나의 대가리가 잘리고 도마를 벗어나 버둥대는 모습이 보였을까 부끄러웠다 대가리와 꼬리만 뒤섞여 서로의 죽음을 목도한다 주둥이는 아직 죽은 걸 잊었는지 수다스럽다 꼬리는 쉬는 것이 어색하다 바다를 보지 못한 우리는 경치 좋은 곳을 회상한다 너는 젊은 놈이 아직 그걸 모르냐며 타박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까지의 싱싱했던 순간이 늙지 않아 기억이 또렷했다 오늘 처음 죽은 대가리와 눈이 마주쳐 어색하게 인사했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 신경 쓰지 말라고 아차 처음 죽은 대가리는 참다 보면 우리도 바다를 볼 거야 라고 내가 수조에서 강의했던 학생이다 나의 거짓이 들통이 나 들통에 대가리와 꼬리가 섞여 버려졌다 우리는 살면서 맛있는 살만 만들다 죽어갔다 나는 너처럼 살지 않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똑같이 죽었다 회로 올려져 돌아갔다
<aside> <img src="/icons/bookmark-outline_lightgray.svg" alt="/icons/bookmark-outline_lightgray.svg" width="40px" />
<청춘 다, 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춘 작가의 작품입니다.
본 프로그램은 2024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돋움]> 사업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a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