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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차 (지은이: 안온 / 장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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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교
저 거대한 스테이플러 심을 봐. 어정쩡하게 박히면 품이 생겨. 그 품을 기어 다니는 차를 봐. 저게 우리였지. 우리 같이 영영 지나가 버린 우리를 봐.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어. 육교를 건너면 있던 동물병원에서 강아지는 주사를 맞았어. 노아라는 이름의 동물병원이었어. 이별을 배운 셈인데. 노아, 놓아. 이제 놓아도 돼. 텅 빈 하네스를 들고 건너오면서 생각했어. 다리는 아무것도 연결해주지 못해. 튼튼한 척 부들거리는 다리가 뭘 하겠어.
그래서 너를 외사랑했다. 목숨을 걸고 내려다보면 너 같은 애들만 지나가고. 황급히 내려가면 다른 차들이 그만 노아, 놓아버려. 노을과 경적과 사랑은 비슷하다 찰나의 소음이니까. 같은 시간에 다시 오면 볼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하네스를 육교 계단에 버렸던 것 같아.
자기야, 우리는 가끔 당연한 것들의 이름을 모르잖아. 스테이플러 심을 제거하는 걸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제침기. 제침기래. 재채기 같은 이름이야. 시원하게 뽑아버리면 그만이니까. 그것조차 찰나니까. 오늘도 거대한 제침기를 상상해. 내 품이 넓었으면 니가 수월하게 나를 지나갔을까. 튼튼한 척 부들거렸던 내가 뭘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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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다, 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춘 작가의 작품입니다.
본 프로그램은 2024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돋움]> 사업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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