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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차 (지은이: 안온 / 장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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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데이트
점치는 뼈를 보고 왔다 10월인데 덥네 하는 우리는 그날 신을 신발 때문에 뒤가 다 까질 줄은 몰랐지만
신석기 시대 사람들도 연애운을 봤을까 이런 농담을 생각하면 점치는 뼈는 걸출한 시가 될 것 같았다 선사를 선사하는 역사의 역사적인 시라고 광고해야지. 실상은 단 한 줄도 못 적는 내가 유리창에 비치는 손목 그림자를 피하며 어쩐지 점치는 뼈라는 말은 깨끗하게 찍어야 할 것 같아. 잠시 호흡을 고르고 카메라 렌즈를 닦았다 걸으라는 대로 걷다 보면 정문은 후문이 된다
특별전을 보러 들어가서 점치는 뼈만 보다가 사진과 사진 사이 뻔뻔하게 걸린 거울을 봤다 우린 약속 하나 짠 것처럼 멈췄다 또다시 호흡을 고르고. 로망은 기사와 공주의 사랑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대 내 전공을 전혀 모르는 그에게 가장 싫어했던 교수의 수업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그러니까 작품이랑 표현물의 차이가 뭐냐면
재미없어도 재미있는 옛날에 내가 본 요즘도 틀어주는 살아있는 박물관의 후문은 저쪽이래 화살표가 꼭 손목을 닮았다 점치는 뼈 모양 같기도 한 내 손목을 잡고 나를 이렇게 잡는 게 더 편하다는 그의 연애운이 궁금한 한낮에는 반달돌칼 같은 낮달이 떴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반달이 돌칼을 닮은 게 아니라 돌칼이 원래 반달을 닮아서 한 줄도 못 적는 나의 노트에는 역시 점치는 뼈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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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다, 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춘 작가의 작품입니다.
본 프로그램은 2024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돋움]> 사업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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