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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 (지은이: 안온 / 장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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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열음은 술을 끊었다. 그 대신 프로작 캡슐 2알, 아빌리파이정, 삼진디아제팜정, 가스모틴정, 트리티코정, 리보트릴정, 루나팜정을 산다. 나는 그중에서 트리티코정과 루나팜정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하나는 공룡 같고 하나는 우리가 하다가 만 게임 뭐더라. 꿈결 정원이었나. 아무튼 그거 같아서 귀여워. 열음은 마저 삼키고 말한다. 언니 요즘은 표고버섯 500개를 키우면 진짜 표고버섯 500그램을 집으로 배송해주는 게임도 있어. 열음은 11시 10분마다 햄스터를 키우라며 링크를 보냈다. 그건 꽤 짜증나는 일이지만 버섯과 쥐를 키우는 열음이 언니 왜 루나팜정은 효과가 없지. 그래서 참고 있다. 그림 속 햄스터는 아담처럼 고추만 가리고 손가락을 뻗고 쓰레기 더미에 누워서 윙크를 한다. 트리티코정보다는 햄지창조가 더 발칙한 단어 같아 그렇게 말했다.
열음이랑 사주를 보러 갔다. 역술가는 자기가 사실 점성가라고 했다. 열음은 평생 팔자가 혜성이고 나는 평생 팔자가 행성이라고 했다. 둘 다 제 팔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별이라는 점은 좋다고 해야 하나. 소름이 돋아서 중간에는 꿇은 무릎을 양반다리로 바꿔 앉았다가 혼이 났다. 열음이 새로 계약한 자취방 창틀에는 통밀 카펠리니 같은 다리를 단 거미들이 한 줄로 죽어있었다. 나는 그 거미의 이름이 집유령거미라고 알려줬다. 열음은 신기패를 사려다가 내 말을 듣고 제모기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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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다, 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춘 작가의 작품입니다.
본 프로그램은 2024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돋움]> 사업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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